본문 바로가기
바이올린/악기구매

현악기 가격 결정요인

by Moon Madness 2022. 9. 14.

고가일 수록 수집가들이 가격을 결정한다

현악기는 가장 비싼 목공예품이다.
현악기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골동품으로도 취급된다. 수집가가 있는 이유다.
1980년 전까진 그렇진 않았다. 그래서 유명한 연주자들이 스트라디, 델제수를 소유하고 있었다.
타리시오에서 스트라디 경매기록을 보면 1980년대에 조금씩 올라가는게 보이더니 2000년되면 본격적으로 뛴다.
이런 바이올린은 솔로연주자가 써야하지만, 왠만해선 수십억하는 악기를 감당할 수 없다.

우선 골동품의 가치는 제작자의 명성으로 결정된다. 스트라바디 같은 드높은 이름은 설령 연주에 쓸 수 없는 악기라도 억대에 팔리게 한다.
그리고 각 악기의 스토리에도 좌우된다. 똑같은 스트라디라도 당대의 최고연주자가 쓰던 악기와 마지막 소유주가 귀족 미망인이던 악기는 가치가 엄청나게 갈린다. 그래서 수집가는 유명한 연주자나 콩쿨진출자에게 무상대여를 한다. 레온하드 바이올린은 자기가 판 악기의 소유주와 메뉴인 콩쿨수상자를 연결해준다.

모던 바이올린도 투자의 대상이다

금호문화재단같은 재벌 수집가도 있지만 여유자금으로 서너개 사모으는 개인 수집가들도 있다. 악기에 관심있고 자신의 안목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부류가 되겠다. 동원자금이 적기 때문에 이름있는 모던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아니면 최고의 현대제작자 악기를 구매한다.이렇게 수집가들이 늘면서 모던 이탈리안의 경우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예전에는 스카람펠라 같은 탑급 모던 악기를 가진 전공생들이 있었는데 이젠 가격이 억을 훌쩍 넘기면서 보기 어려워 졌다. 수집가들이 관심 갖는 최고 명성의 제작자일 수록 가격상승이 더 심하고, 그 이하에서는 덜한 편이다.

악기소리와 가격의 관계

제작자의 명성이 가격의 제일 중요한 결정요소라지만 그 명성은 연주자가 씀에 의해 생긴다. 연주자는 소리가 좋은 악기만을 고르기에 명성은 악기소리와 관련이 있게된다.
현악기는 수공예품이고 그래서 제품편차가 큰 편이며, 제작자에 따라 그 편차도 다르다. 명성은 최고의 작품이 이끌지만 편차가 크면 악영향도 받는다.

제작가의 전성기때 작품은 확실히 다른 소리를 들려주며, 그에 따라 가격도 올라간다. 그러나 가격차는 생각보다 크진 않다.
그보다는 외관상 문제(주로 상태)가 더 크게 가격을 좌우한다.

그럼 다시 돌아가 내가 천만원에 샀던 무명의 동유럽 악기를 업그레이드 하려 한다. 샵에서 5천만원짜리 이름있는 프랑스 제작자의 악기를 봤는데 다들 지금 악기 소리가 더 낫다고 한다. 그럼 지금 악기를 5천에 팔려고 하면 팔릴까? 그렇지 않다. 시장가와 크게 다르면 구매자가 붙지를 않는다. 소리가 좋으니 약간 가격을 올려도 구매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소리도 별로인 5천만원짜리 악기를 누가 사는가? 아마 수집가가 산다. 그럼 수집가가 호구냐. 아니다. 몇년 지나면 그 악기 제작자의 시장가격이 오름에 따라 그 악기 가격도 올랐을 것이다. 그게 악기가 골동품인 것이다.

올드악기 vs 현대악기

올드악기는 복잡한 음색을 보여줄 때가 많다. 나무조직이 공동화되서 그렇단 얘기도 있지만 사실로 확인된건 아니다.
그당시 빙하기를 거친 단단한 나무들을 남벌해서 만들었고 지금은 그럴 수 없어 그렇단 얘기도 있다.
대신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라서 관리에 꾸준히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악기는 시간이 지난다고 다 소리가 좋으지는게 아니다. 지금 깽깽소리나는 50만원 짜리 연습용 악기가 50년 후엔 깽깽소리가 안날까? 스트라디바리는 그당시에도 최고의 제작자였고 돈많은 귀족들이 자기가 지원하는 연주자를 위해 큰맘먹고 주문하는 악기였다.
이런 악기가 긴 시간동안 살아남고 그리고 숙성되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반대로 현대악기는 생소리 나서 연주에 써먹지 못할까? 높은 가격에도 예약이 연단위로 차있는 명장들은 수십년 자연건조된 나무를 비싼 값을 주고 사서 악기를 만든다. 제작한 후 곧바로 연주하면 닫힌 소리를 내기에 제작자는 소리가 열릴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판매를 한다.
그래서 고가의 현대악기 소리는 처음부터 좋은 소리를 내고 세월이 지날 수록 그 소리가 숙성되지 열화되지 않는다. 요요마는 비싼 올드악기가 있지만 파손의 위험 때문인지 현대거장인 지그문토비치의 악기를 가지고 투어를 다닌다.

시장논리에 의해 악기의 소리는 돈을 따라간다. 등급별 바이올린 제작자 글에서 Tier 5를 보면 '이름있는 프렌치 모던', '이름 들어본 이탈리안 모던', '당대 명장 현대'가 포지션 해있다. 악기가격은 '시간'과 '명성'의 함수이고, 이중 무엇에 더 가중치를 두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이탈리아 현악기를 프랑스 현악기보다 위에 쳐주곤 하는데 그럴것이 1800년대 후반이 되어서도 이탈리아 악기는 전 유럽에 유명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이탈리아 악기를 베꼈다. 유명한 뷔욤이나 볼러형제는 스트라디 카피스트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크레모나의 몰락과 함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다른 발전을 한다. 보통 이탈리안은 복잡하고 단단한 소리, 프렌치는 따뜻하면서 풍성한 소리를 낸다 한다.

현대에 와서는 제작자의 국적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제작대회 수상경력과 연주자의 사용여부로 쌓은 개인 명성만이 가격을 결정한다.

현악기의 크랙

바이올린족 악기는 현이 브릿지를 계속 누르고, 이 브릿지를 사운드포스트가 지지하기 때문에 사운드포스트에 판이 연결된 부위에 힘이 받는다. 바이올린은 앞판, 뒷판이 있는데 뒷판은 음을 가둬서 앞면으로 쏘아내는 역할이라 튼튼한 반면, 앞판은 이를 적절히 가두기도 퍼뜨리기도 하는 역할이라 가볍다. 그래서 사운드포스트 크랙은 앞면에 자주 나며 나무를 덧대서 해결하는데 그걸 사운드포스트 패치라 한다. 올드악기는 대부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또한 온도차 습도차에 의해 앞판에 크랙이 발생하는데 사실 크랙이 없는 올드는 찾기 어렵다. 적절히 고쳐졌다면 악기의 소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래서 크랙이 발생했냐보단 어떤 복원가가 고쳤냐가 중요해진다.

만약 뒷판에 크랙이 생겼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로 패치를 하더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뒷판 크랙수리는 악기값을 최대 반까지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악기를 구매할 때 꼭 컨디션 레포트를 요구해야하고 크랙의 위치나 수리형태를 확인한다.

활의 상태

활은 컨디션이 어떻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활은 활대가 생명이고 의외로 쉽게 부러진다. 설령 복원을 한다 해도 소리가 달라지고, 가치는 1/3이하로 떨어진다.

흔한 감가이유로는 새끼손가락 부근 활대가 얼마나 닳았는지, 그리고 프로그나 조임나사가 원래 부품인지이다. 이는 소리보다 수집가 관점이 더 크며, 부품 때문에 가격할인이 크다면 전공생은 그걸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

인증서 유무

현악기나 활의 가격이 제작자 명성을 따라가기에 오래전부터 카피가 활발히 일어났다. 양지의 카피스트는 자신의 라벨을 붙여 자기가 했음을 알리는데 반해, 음지의 카피스트는 라벨까지 복사해 판다.

19세기 말에도 동유럽에선 이미 이름이 적당히 알려진 이탈리아, 프랑스, 심지어 독일 제작자의 이름을 카피해서 제작했었다. 그렇기에 올드가 확실하다 해서 그게 진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 들어 전문가가 진짜인지 확인하고 인증서를 발행하는 것이 하나의 큰 사업이 됐다. 인증서도 명성을 담보로 하기에 세계적 전문가의 인증서만이 시장에서 효력을 가진다. 자세한 것은 현악기 감정서를 참고 바란다.

3천만원 이상의 고가의 악기는 인증서가 따라 붙는게 상식인데, 어쩌다 없는 경우는 인증서 발급비보다 훨씬 더 할인해서 팔 수 밖에 없다. 이는 파는 사람이 위험부담을 지기 싫기 때문인데 왠만해선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용한 글

'바이올린 > 악기구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올린 제작 대회 수상자  (16) 2022.11.19
유명 연주자 악기 정리  (0) 2022.09.19
현악기 감정서  (0) 2022.08.23
바이올린 카본활 정리  (0)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