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내내 습도가 크게 안변하는 동네 살다가 최근 건조한 동네 방문하면서 고생을 하였다. 습도가 악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닿으면서 정리를 해보았다.
1. 나무와 습도의 관계
바이올린의 적정 습도는 40%~60%이다. 40% 이하는 건조, 20% 이하는 심각하게 건조한 경우이다. 반대로 60% 이상은 습한 경우다.
바이올린 케이스안의 아날로그 습도계는 부정확하지만 그래도 심각한 상황인지는 확인 가능하다.
바이올린은 나무로 되어 있다 보니 습도에 대해 스폰지를 처럼 동작한다. 습도가 낮으면 부피가 줄고, 반대로 높으면 물기를 머금고 부피가 늘어난다. 적정 습도 바깥에서 일어나는 이런 부피의 변화가 바이올린을 상하게 한다.
1-1. 나무와 온도의 관계
습도만큼은 아니지만 온도 또한 악기의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적정온도(섭씨 15~23도; 화씨 60~75도)보다 낮으면 나무조직이 수축하면서 탄력을 잃고 단단해진다(stiff). 특히 온도변화가 심하면 나무조직이 수축,팽창과정에 파괴되 크랙이나 뒤틀림이 일어난다.
2. 악기 상태 변화
펙 풀림
습도가 낮으면 펙 구멍이 커지면서 꽉 맞아있던 펙 느슨해지며 줄이 풀린다. 반대로 습도가 높으면 펙이 조여지며 펙을 돌리기 어려워진다.
금속현은 온도에 영향을 받아 추우면 수축을 해서 펙을 잡아당겨 펙을 풀어지게 만든다. 한국의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 펙이 잘 풀리는 이유이다. 비슷한 이유로 연주하는 장소와 보관하는 장소의 온/습도가 바뀜에 따라 음정이 달라져 다시 맞춰야한다.
습도를 맞추고도 펙이 풀어지면 펙에서 펙박스와 만나는 부분에 컴파운드 compound를 칠해서 틈을 줄여준다.
컴파운드는 습도가 높을 때도 유용한데 약간을 발라주면 윤활제로 동작해 부드럽게 돌아간다.
판 벌어짐 Open Seam
현악기의 앞판과 뒷판은 옆판에 아교로 접착되어 있다. 나무가 수축하거나 팽창하면 접착된 부분이 좌우로 힘을 받으며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옆판과 앞뒷판 사이가 벌어지면 음이 세어나가며 울림이 사라진다. 높은 온도로 아교가 약해지는 여름에 더 벌어짐이 쉽게 생긴다.
벌어진 것이 확인되면 공방에 찾아가 다시 아교로 붙인다.
쪼개짐 Crack
습도가 낮어 나무가 수축하면 앞뒤판의 간격이 줄어드는데 사운드 포스트를 양옆으로 누르게 되어 소리가 날카롭게 변한다. 반면 높은 습도로 앞뒤판이 간격이 늘어나면 사운드 포스트와의 접촉이 약해지며 소리가 먹먹하게 된다.
이게 사운드 변화에 그치지 않고 더욱 수축이 일어나게 되면 벌어짐이 생기게 되고, 최악의 경우 판 벌어짐 대신 앞판 크랙이 생긴다.
넥 낮아짐
현악기는 앞판과 뒷판의 재질이 다르며 단단한 뒷판이 습도에 좀더 팽창,수축을 한다. 그래서 습할 때는 넥의 각도가 내려가게 되어 현과 지판과의 거리가 커지고, 반대로 건조하면 넥의 각도가 올라가 현과 지판의 거리가 줄어든다. 민감한 사람은 높낮이가 다른 여름/겨울용 브릿지를 따로 쓴다.
활털의 수축
활털은 나무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로 습도에 의해 수축,팽착을 한다. 그래서 건조하면 활털이 더 당겨지게 된다. 만약 활털을 조인체 건조한 곳에 두었다면 너무 강한 힘이 활의 헤드에 가해져 부러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3. 습도관리
블루투스 습도계
요즘엔 블루투스 지원되는 디지털 온습도계를 많이 사용한다. 케이스 내부에 넣으면 케이스를 열지 않더라도 온습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댐핏 Dampit
기다란 스폰지에 물을 머금게 한 후 f홀안에 넣는다. 악기내부에 습기를 가장 빠르게 넣는 방법이나 물을 제대로 짜내지 않으면 물자국이 악기내에 남고 넣거나 빼다가 f홀 주위 나무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스트레토 Stretto
팩을 물에다 담가 습기를 머금게 한 후 전용 케이스에 넣고 습기를 공급하게 한다. 여러번 쓸 수 있고 딱딱해져서 더이상 물을 머금을 수 없게 되면 팩을 교체를 한다.
악기용제습제
습기를 흡수한다. 악기에 직접 닫지 않도록 한다.
습도가 낮은 것이 악기에 더 치명적이라 습도계를 보고 적정 이하로 내려가면 꼭 빼준다.
보베다 Boveda
스트레토가 가습만 하는데 비해 보베다는 삼투압을 이용해 가습,제습을 한번에 하며 악기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한다 한다. 가습에 비해 제습은 성능이 떨어진단 의견이 있다. 첼로의 경우 팩 두개를 사용해야 한다.
항온항습기
비싼 올드악기라면 집에서 보관할 때는 항온항습기에 보관을 한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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