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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악기구매

트레이드 악기

by Moon Madness 2024. 8. 9.

등급별 바이올린 제작자의 9등급과 10등급에서 올드악기에 해당하는 글이다.

 

악기사에 가면 다음 같은 말로 올드지만 저렴하다는 악기들을 만나게 된다.

  • 올드 독일악기라 하고 세월의 흔적이 역역하다. 사장님은 레이블은 보지말고 소리만 들어라.
  • 100년전에 독일공방에서 만들어진 악기라 한다. 서티는 없지만 그가격엔 원래 없고 자기는 올드라 확신한다.
  • 100년전 프랑스 악기인데 유명제작자이다. 전공생들이 사가서 보기 힘든데 운이 좋다.

이글은 샵에서 파는 올드악기 가격이 터무니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올드 악기들은 1억씩 한다는데 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악기들은 천만원 이하에 필리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시연해보고 있는 악기가 과연 내가 동경하던 올드악기가 맞는지를 판단할 지식을 주기 위함이다.

 

저가 올드 악기들의 외국에서 통용되는 명칭은 트레이드 악기 Trade Instruments 이다. 다음 사이트에서 잘 설명되어 있었으나 아쉽게도 폐쇄돼었다.

Trade Instruments - Violin Information

내용을 정리하면

  • 1870년~1930년 사이에 프랑스/독일/체코 등지에서 서유럽/미국 등지에 납품용으로 악기를 만든걸 "Trade Instruments"라 부른다.
  • 어쩔땐 레이블 없이 납품이 되어 판매자 이름이 붙거나, 스트라디/과르네리 등의 레이블이 붙어 판매되었다.
  • 이탈리아 이름의 가짜 제작자 레이블을 붙이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루마니아/한국 등의 제작자들이 하고 있는 방식이다.
  • 지금의 중국/루마니아의 공장에서 만든 악기가 그당시 대량생산 악기보다 질이 좋다.
  • 이런 대량생산 악기는 질이 떨어져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값어치가 없다. 올드라도 $2,000 미만이다.
  • 그렇지만 Roth나 JTL 같은 유명공방에서 몇몇 좋은 제품이 나왔고 그런건 $10,000 에도 판매된다.
  • 내가 봤던 레이블을 정리했다 (주: 100개를 넘는다). 그래도 쓰였던 레이블의 일부분일 뿐이다.

좀더 이해를 돕기위해 각각 상황에 대해 기술해보겠다.

 

1. 레이블을 볼 필요없다는 올드 악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일 것이고 해석하면 악기사도 모르는 레이블이라는 뜻이다.

그당시 독일/체코/프랑스 공장에서 영국, 미국 등지에 납품하고 딜러에서 직접 레이블을 만들어 붙였다. 딜러 이름을 붙였다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고급스러워 보이고 싶어선지 그럴뜻한 이탈리아나 프랑스 이름을 만들어 붙였다. 생각해보면 생산지가 중국이란거 빼곤 현재 대부분의 학생악기의 유통방식이다.

런던의 유명 딜러인 Beare가 썼던 Francois Barzoni 처럼 알려진 레이블도 있지만, 그당시에도 많던 작은 악기상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문을 닫으면서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가짜 이름만 남았다.

 

예나 지금이나 악기사의 최다 판매악기는 학생용 악기이다. 그런 학생용 악기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짐 정리하다 창고구석에서 발견되면, 그걸 지역 바이올린샵에 싼값에 넘기고, 그런 것을 모아 대규모로 비쉬 Vichy 경매에서 판매하는걸 국내 딜러가 낙찰받아, 연주 가능하게 손봐서 파는 것이 이런 올드 악기들이다.

가끔은 중급자 악기가 껴있기도 한다. 악기의 나무와 만듬새를 판단하거나, 연주를 해보고 그걸 골라낼 수 있을려면 제작과 연주 내공이 필요한데 소비자가 그런게 있을리 없다. 이런건 악기사가 이미 분류해서 돈 더 받으려고 빼놨으니 기대하지 말자.

 

2. 알려진 레이블인데 믿지 말라는 올드 악기

국내 위탁판매점이 에프홀에서 판매되는 1000만원대 올드 악기를 검색하면 설명에 대부분 labelled란 단어가 붙어 있는걸 볼 수 있다. 그 의미는 레이블에 써있는 제작자를 믿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 스트라디, 과르네리 같은 엄청 유명한 이름의 레이블
  • 검색하면 이름이 나오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제작자

지금 스트라디가 레이블에 적혀있는 천만원짜리 악기가 있다면 아무도 진품이라 믿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중국 공장에서 나온 학생용 악기들 보면 제작자 이름없이 Copy of Strad 같이 그 악기를 설명한 레이블이 붙어 있곤 하는데, 그 당시에도 악기상에서 그런 레이블을 붙여서 판매했다. 그리고 스트라디 등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퍼져있지 않았기에 아래같은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진짜 Strad가 $8라는 미국 시어스 광고

두번째 경우는 어둠의 복제품이다. 부르조와 고객으로 부터 요즘 뜨는 제작자 악기를 구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100년 악기상이 있다하자.  이중 악덕 악기상이는 소문 안날 동유럽에서 악기를 주문해 들여와 복사 레이블을 붙여 판매한다. 악기 사진이 있던 때가 아니니 구매자는 진짜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 저작권이란 개념도 없으니 꺼림질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유명한 제작자라면 들킬 위험도 적었을 것이다.

뷔욤 스탬프가 찍히 독일악기. 진짜 뷔욤은 스탬프가 없다.

그렇게 가짜가 퍼지니 악기상들은 고객에게 납품할 악기들이 진짜인지 걱정해야했다. 그래서 제작가 레이블은 이렇게 생겼고, 바니쉬는 이런 색상을 쓴다라는 책을 만들어 악기상들이 참고하게 되었다. 처음 한권짜리가 나중에는 전집이 됐다.

Dictionary of Violin Makers by Henri Poidras (1928)

 

현대에 들어서도 올드의 짝퉁은 동유럽에서 꾸준하게 만들어졌다. 이젠 올드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했지만 기술의 발달은 그정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꾸준히 짝퉁이 쌓이니 서티가 없으면 기본적으로 짝퉁이다라고 생각하는게 맞는 말이 됐다. 레온하르트는 시장에 나온 올드의 1/3 이상이 가짜라고 했는데, 생각에 가격대가 내려가면 가짜 비율이 과반을 넘어갈거 같다.

내가 살려는게 8등급 악기인데 설마 이런 저렴한 악기도 가짜가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뒤에도 9/10 등급이 있다는걸 기억하자. 중국산 올드 이미테이션 사서 이베이에서 가짜 레이블을 사서 붙이는건 쉬운 일이다.

이베이에서 묶음으로 파는 올드 바이올린 레이블

 

3. 출처가 분명한 올드 공방 악기

미르꾸르, 미텐발트, 쉔바흐 등 유명 제작도시에는 여러 공방이 있었고, 악기상에서 오더를 받아 주문제작도 했지만 작은 악기상에는 자체 이름으로 납품도 했다.

서티가 있다해도 그당시 8등급에 속하는 공방들은 지금의 학생용, 잘해야 중급자 악기를 만드는게 일이였음을 기억하자.

생산관리가 되는 지금 공장과 비교하면 아마추어로 관리되었음을 이해하여한다.

다음을 상황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 JB Chipot의 이라는 제작자는 아내의 성인 뷔욤을 붙여 JB Chipot-Vuillaume이라는 공방을 열었다. 그런데 아내는 신발제작자의 딸로 유명 악기 제작자인 JB Vuillaume과 아무 관련이 없다.
  • Francois Breton은 이름이 알려진 19세기 말 공방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후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게 됐는데 미르꾸르의 공방들이 맘대로 그의 이름이 붙은 악기를 만들어 판매하여, 레이블이 공공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가장 컸던 JTL 공방 조차 이를 제작하였다.
  • 물량이 딸리면 다른 공방에서 악기를 받아다 자기 레이블 붙여 팔았다.
  • 제작자의 사망년도를 넘는 제작년도가 적혀있는 레이블도 발견된다. 이는 제작자가 사망한 것을 악기상에 이를 알리지 않고 가족과 지원들이 공방을 운영하며 납품을 한 경우라 한다.

4. 출처가 분명한 올드 공장 악기

1900년 부근쯤 되면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들이 생겨난다. 처음에는 대형 공방형태로 운영이 되지만 점차 기계화 되면서 나중에는 공장이 된다.

이때 유명한 공방이 미르꾸르에선 JTL과 Laberte-Humbert, 독일에선 Roth와 Heberlein 등이다.

이들은 다양한 단계의 악기를 판매했는데 서티에서 공방이름만이 나온다. 예로 JTL 공방은 10개가 넘는 레이블을 사용했고 그 중 수석제작자가 만든 중급자용 레이블도 있다. 같은 공방이라도 레이블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그런걸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

Laberte-Humbert 독일 마르크노이키르헨의 공장

5. 독일 올드 활

악기와 마찬가지로 활 또한 대량생산되어 각국의 악기상에 납품되었다. 8,9등급 모던 공방활들로, JTL 같은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독일 공방에서 제작된 활들이었다. Paesold, Penzel 등의 유명 가문들은 지금도 제작하고 있다.

8등급에 있는 독일 제작자들도 나름 제대로 교육받은 제작자인데도 프랑스 제작자에 비해 가격이 많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이는 너무 많이 생산되어 희소성이 없기 때문이라한다#.

6. 프랑스 올드 활

7등급 프랑스 공방 활은 전공생에게 인기있는 활이다. 시기가 겹칠 뿐이지 트레이드 악기로 분류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당 공방들이 연주자를 상대했던 고급 제작자라고 오해하진 말자.

아래 사진의 Bazin의 공방이다. 본인은 6등급의 뛰어난 제작자이지만 악기사에 교육용 활들도 납품하였다. 저가활들은 이런 아이들 손에 만들어져서 묶음으로 납품되었다. 바장이 직접 만든 활이든 납품된 학생용 활이든 모두 정상적인 제품이기에 서티에는 바장활이라 언급된다, 그래도 서티에 품질이나 상태에 그에 대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자.

Bazin Workshop

현대 제작자 악기에 비해, 현대 제작자 활은 생산 개수와 가격대에 의해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현대악기에 비해 현대활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에 올드활 가격이 오른걸 알 수 있다. 아래 차트에서 고가활(사토리)과 위크샵활(모리조)가 비슷한 기울기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악기의 경우는 모던 이탈리아 악기와 모던 프렌치 공방악기의 기울기는 큰 차이가 난다. 페르남부코 나무의 수급부족인지 수집가들이 증가한건지, 아니면 활대가 부러지면 수명이 다해 점점 올드활이 희귀해 지는건지는 모르겠다.